"식도암, 최신 치료에 더 오래 삽니다… 고작 3개월? 굉장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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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3.13. 오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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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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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4기 환자는 1년 내 사망… 기존 항암제 한계 명확
지난해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 승인… 식도암 치료 새로운 전기 마련]

홍민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이창섭 기자
"5~6년 전에 식도암을 진단받았다면 치료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아무리 잘 돼도 (환자가) 2년 내 돌아가신다고 생각했죠."

홍민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몇 년까지도 전이성 식도암 환자의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른바 '면역항암제'로 불리는 새로운 약이 등장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좋은 예후를 보이는 환자가 생겼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3월 수술이 어려운 국소 진행성·전이성 식도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펨브롤리주맙)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을 승인했다. 새로운 치료법은 9.8개월(편평상피세포암 기준)에 불과했던 전이성 식도암 환자 생존 기간을 12.6개월로 3개월 늘렸다. 사망 위험은 28% 낮췄다.

'생존 기간 연장 3개월'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홍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암학회에서는 4기 전이성 암 환자에게 기존 요법보다 2개월 이상 생존율 향상이 있으면 굉장히 의미 있는 것으로 일종의 합의가 돼 있다"며 "2~3개월 연장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에 게재된다"고 설명했다.

식도암은 편평상피세포암과 선암,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식도암 환자 90% 이상이 편평상피세포암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암은 위식도역류질환이 주요 원인이지만, 편평상피세포암의 위험인자는 음주와 흡연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음식을 삼킬 때 느껴지는 이물감이다. 병이 좀 더 진행된다면 목에 무엇이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도암은 한 해 약 3000명 환자가 발생해 폐암이나 대장암 등 익히 알려진 암보다 발병률은 낮다. 그러나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홍 교수는 식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로 △쉽지 않은 수술 △높은 재발률 △항암제의 더딘 발전을 꼽았다. 식도암 수술은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합병증으로 환자가 사망할 확률이 다른 암종보다 높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설령 1기라 하더라도 80세가 넘으면 수술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며 "위암, 대장암, 폐암 등 모두 80세 넘어도 수술하는 경우가 꽤 있으나 식도암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된 4기 환자는 5-FU+시스플라틴 등 화학항암제를 처방받았다. 그러나 이런 치료는 한계가 명확했다. 환자 평균 생존 기간 중앙값이 1년 미만이었다. 홍 교수는 "1년이 지나고 봤을 때 35% 환자만 살아계셨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화학항암제에 펨브롤리주맙을 더하면 평균 생존 기간 중앙값이 3~4개월 증가하고 1년째 살아있는 환자 비율도 15% 더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두 환자 사례가 소개됐다. 두 환자 모두 복강 림프절이 크게 발달해 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홍 교수는 "특히 40대 후반 남성분은 치료를 시작할 때 거의 자포자기했다"며 "결론적으로 두 환자 모두 복강 내 림프절이 보이기는 하지만 사진만 놓고 보면 암 환자인지 모를 정도로 약을 잘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만약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두 환자 기대 여명은 8~9개월 정도였을 것"이라며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생존해 있고 겉으로 보면 아픈지도 모를 정도이다"고 말했다.

식도암에서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의 부작용은 화학항암제만 썼을 때와 비슷하다. 다만, 치료제를 하나 더 추가했다고 해서 부작용이 더 세지는 것은 아니다. 함께 사용하는 면역항암제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약 부작용보다는 암 치료가 빨리 됨으로써 그로 인한 증상 완화로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진료받은 환자도 목 림프절이 굉장히 커 고통이 심했는데 지난해 초부터 치료를 시작해 최근 3개월부터는 진통제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항암 첫 치료인 1차 치료 때부터 면역항암제 병용 요법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모두가 2차 치료로 넘어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 10명 중 8명만이 1차 치료 실패 후 다음 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고 알려졌다.

홍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한 번도 치료받지 않은 환자에게 효과가 좋다. 굳이 2차까지 기다렸다 사용하는 게 아니라 1차 요법에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며 "치료제를 아끼지 말고 처음부터 좋은 약을 잘 사용해야 더 좋은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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